에리히 캐스트너의 시 3

 

햄릿의 유령

 

구스타프 레너는 분명

토겐부르크 시립극장의 최고 배우였다.

누구나 그의 완벽한 연기를 잘 알고 있었다.

누구나 그가 연기한 영웅적인 아버지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연극계의 전문가들도 그를 칭찬했다.

여자들도 그가 여전히 날씬하다고 생각했다.

오직 한 가지, 유감스럽게도

구스타프 레너는 돈이 있을 때면 폭주하는 버릇이 있었다.

 

<햄릿>이 상연되던 어느 날 저녁,

햄릿 아버지의 유령 역을 맡았던 그가

아, 술에 잔뜩 취한 채 무덤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술 취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짓을 했다.

 

햄릿은 매우 놀랐다.

유령이 완전히 제 역할에서 벗어난 것이다.

부랴부랴 장면이 축소되었다.

레너는 무슨 영문인지 물었다.

 

스태프들이 그를 무대 뒤로 끌어내

술을 깨게 하려고 시도했다.

그를 눕히고 베개를 대 주었다.

그러자 레너는 잠이 들었다.

 

그가 잠들어 더 이상 방해하지 않았기에

동료들은 제대로 연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가 다시 나타났다! 바로 다음 장에서,

그의 역할이 전혀 없는 장에서 말이다!

 

그는 부인인 왕비의 발을 밟았고,

아들 햄릿의 칼을 빼앗아 부러뜨렸다.

그는 오필리아와 블루스를 추었고,

왕을 객석으로 내동댕이쳤다.

 

배우들은 겁에 질려 도망쳤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 소동에도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진 건

토겐부르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토겐부르크 사람들 대부분이

드디어 <햄릿>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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